대한민국 트로트 100년/간략하게 살펴보는 트로트 시대별 변천사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뿌리이자 미래, 트로트’

대한가요신문 승인 2020.11.10 01:35 | 최종 수정 2020.11.10 01:37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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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온통 트로트 열풍에 휩싸였다. 종합편성채널에서 시작된 트로트 열풍은 올해 지상파로 확산되면서 그 열기를 더하고 있다. ‘내일은 미스트롯, 미스터 트롯(TV조선)’에 이어 ‘보이스 트롯(MBN)’, ‘사랑의 콜센타(TV조선)’, ‘트롯신이 떴다(SBS)’, ‘트로트의 민족(MBC)’, ‘트롯 전국체전(KBS)’ 등등이 그것.
특히 한가위 때는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KBS)’에 이어 국내 최초의 트로트 시상식인 ‘2020 트롯 어워즈(TV조선)’까지 열려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유독 많은 시련을 겪었고 동시에 가장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노래, 트로트.
트로트야말로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대표 장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뿌리이자 근간을 이루고 있는 동시에 우리 대중가요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트로트가 언제 시작되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트로트의 역사는 우리 대중가요의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100년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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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하게 살펴보는 트로트 시대별 변천사
1930년대 작곡가 전수린, 손목인, 박시춘 등의 등장은 마침내 우리나라에서 민요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대중가요가 자리하게 되는 신문화의 장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트로트 시대의 개막을 알린 작품은 1934년에 발표된 ‘처녀총각(강홍식)’이다. 이어 이듬해 발표된 ‘목포의 눈물(이난영)’에 이어 일제 하 망국의 설움을 노래한 ‘애수의 소야곡(남인수)’과 지도상에서 사라져버린 나라를 탄한 ‘번지 없는 주막(백년설)’과 ‘나그네 설움(백년설)’, ‘눈물 젖은 두만강(김정구)’, 되찾은 광복의 기쁨을 노래한 ‘귀국선’, 6.25의 참상을 생생하게 고발한 ‘단장의 미아리고개’와 ‘굳세어라 금순아’, ‘물방아 도는 내력’... 등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대중가요는 트로트 리듬을 타고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며 국민들과 함께 해왔으나 그 스스로의 운명은 순탄치 못했다. 1920~30년대의 ‘유행가’, 50년대 보릿고개 시절 ‘도롯도’시대를 거쳐 60년대 ‘트로트’는 정치인들에 의해 재갈이 물려져 금지되는 희생양이 되기도 했고 그 반대로 홍보의 최전방에서 첨병 역할을 맡기도 했다.
1964년 ‘동백아가씨’가 등장, 다시 한 번 트로트 전성시대가 이어지지만 이 무렵 트로트는 '저속' '왜색' 등의 이유로 무더기 금지되는 사태를 겪는다. 특히 5.16 이후 '퇴폐' 등을 이유로 기존의 노래들도 모두 2절까지만 방송케 했다. 우리나라 초기 트로트는 대부분 3절로 구성되어 ‘기승전결’의 이야기 흐름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발표된 대중가요들도 2절까지만 방송케 했고 심지어 기존의 노래들을 재취입할 때도 2절까지밖에 부르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울려고 내가 왔나


이렇게 기형이 된 트로트는 이후 1970년대 들어서면서 또 한 번의 변신을 한다. 기존의 트로트가 주로 한과 슬픔을 대변했었다면 이즈음 흥겨운 노래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며 트로트의 폭이 한 단계 넓어진다. 흔히 말하는 마이너조(단조 리듬)에서 메이저조(장조)로 바뀐 노래들이 인기를 누렸다. 특히 록과 포크, 트로트를 접목한 노래들이 속속 등장해 인기를 누렸는데 당시엔 이런 장르의 노래들을 ‘세미 트로트’라고 불렀다.
우리나라 트로트는 템포에 따라 ‘트로트(Trot)’, ‘폭스 트로트(Fox Trot)’, ‘슬로우 트로트(Slow Trot)’로 구분했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새롭게 '트로트 록(통용된 리듬 명칭은 슬로우록)', ‘트로트 고고’같은 리듬의 '팝 트로트'가 유행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나 ‘오동잎은 당시 고고 리듬으로 분류됐으나 80년대 이후‘트로트고고’라는 명칭으로 사용된다. 

끊임없이 세분화되며 진화해야 하는 트로트의 과제  
트로트는 1970년대 ‘트로트 고고’, 1980년대 ‘포크 트로트' '이지 트로트' 등을 거쳐 지금의 ‘댄스 트로트', ‘네오 트로트’, ‘뉴 트로트’ 등으로 변신, 호칭도 다양해졌다. 우리나라 트로트 변천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현상은 80년대 메들리 붐이다. 이 무렵부터 대중가요를 ‘대중가요’와 ‘성인가요’를 별도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인기가요차트를 발표하는 ‘전국DJ연합회’가 ‘대중가요 인기차트’와 ‘성인가요 인기차트’를 따로 구분해 집계하기 시작했고 이후 방송국이나 언론사 등에서 주관하는 연말 가요대상 시상식도 성인가요 부문을 별도로 제정해 시상하기 시작했다.
신세대 일변도로 치닫던 가요계에서 기성세대가요를 구원한 것은 바로 '노래방'이다. 1990년대 초, 전국적으로 등장해 붐을 일으킨 노래방은 기성가요의 돌파구였다. 댄스뮤직과 테크노뮤직이 강세를 이루던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들어서도 뉴 트로트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최근 트로트는 여러 장르와 콜라보레이션도 시도되고 있다. 아울러 이전의 트로트가 눈물과 슬픔으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줬다면 이젠 흥겨운 리듬으로 기분 전환을 시켜주고 있다. 최근 트로트는 비극성을 거의 지니지 않게 되었고, 유흥의 자리에서 흥을 돋우는 데에 적합한 신나는 노래로 점차 바뀌어간다. 누군가 한명이 부르기 시작하면 너나없이 따라 부르게 되는 트로트. 각종 회식자리나 친목 모임에서도 트로트 한 곡쯤은 뽑아야 분위기가 살아난다고 할 정도다.
최근 들어 노래를 선호하는 기준이 달라지긴 했어도 구성진 가락, 애절한 노랫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추세다. 또한 무엇보다 쉬운 멜로디, 공감을 주는 재밌는 가사가 인기 요소인 듯하다. 이제는 트로트가 특정세대가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가 되었다. 공감이 가는 가사와 멜로디는 젊은 층에게도 크게 어필하고 있다.

홍도야 우지마라


트로트의 한류, 한국 트로트의 세계화를 꿈꾸며...
시대와 함께 노래하고 시대의 아픔과 함께 해온 우리의 대중가요. 멜로디는 머리에 남고 노랫말은 가슴에 남는다는 말이 있다. 또한 노랫말이 그 시대의 이성이라면 멜로디는 그 시대의 감성이다. 시대의 격동기를 관통하며 국민들로부터 애창되어온 트로트는 여전히 한국인의 가슴 속에 살아 있다. 그러한 명곡이 많아질수록 트로트는 더욱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한류’ 붐의 주역인 K-Pop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 속에 우리만의 고유 정서와 한국적인 멋이 제대로 담겨져 있지 않은 듯해 아쉽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대한민국 트로트는 어떤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은 진리다. 가요계의 분발을 촉구한다.

박성서(대중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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