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곡하게 걸려있던 소원등. 저기에 써 있는 글 대부분이 가족의 행복과 건강이었다

국악의 선율이 와인의 향기를 품고 달리는 특별한 여정이 충북 영동에서 시작되었다. 2025년 9월 개막을 앞둔 ‘영동세계국악엑스포’를 알리는 첫 행보로, 지난 5월 27일 ‘국악와인열차’가 서울에서 출발해 영동까지의 감동을 실어 나르며 기적 같은 하루를 열었다. 이 열차에는 언론인과 평론가 44명이 함께 탑승해, 국악과 와인이라는 두 감각이 어우러진 영동의 정수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고즈넉하게 흘러가는 강물. 힘들고 지쳐도 묵묵히 가족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 민족을 닮았다

이날 열차의 목적지는 단순한 도착지가 아니었다. 국악의 뿌리를 되새기고, 영동이 품은 문화 자산을 미래로 연결하는 새로운 시선이 열리는 곳이었다. 엑스포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윤영달 회장(크라운해태제과)은 국악의 사회적 가치와 엑스포의 의의를 강조하며, 기업 차원의 지속적 지원도 약속했다. 민의식 교수와 채수정 교수는 “이번 엑스포는 단순한 국악 축제가 아니라, 전통음악이 미래를 향해 걷는 전환점”이라며 국악의 세계화에 대한 희망을 전했다.

윤영달 회장, 정영철 군수, 채수정 교수 등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엑스포의 전체 기획과 운영을 총괄하는 주재근 박사는 “영동은 단지 음악이 흐르는 땅이 아니라, 와인과 산업,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살아 있는 문화 생태계”라고 말하며, “이를 하나의 서사로 엮어내어 세계인의 축제로 확장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열차에 함께한 전문가들은 영동군의 비전과 진정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이 작은 고장이 세계 전통음악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영동군 정영철 군수는 “35년간 국악을 가르쳐온 교육 인프라, 민간국악단, 그리고 전국 포도 생산의 75%를 자랑하는 와인 산업이 어우러져 영동만의 독특한 문화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국악과 와인, 일라이트 산업을 삼축으로 체류형 관광도시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영동은 현재 34개의 농가형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와인 제조, 족욕 체험, 식사까지 가능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난계 박연 선생의 생가에 조성된 국악기 체험촌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정기 공연이 열려 지역 문화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낡은 사찰의 기둥이지만 오랜 세월을 버텨내온 우리네 어른들을 닮았다


투어는 영동이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전 세계 30개국의 전통음악단과 15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초대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발걸음이었다. ‘국악의 향기, 세계를 물들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는, 우리 전통의 깊이를 세계에 알리는 진정한 문화외교의 장이 될 것이다.

열차는 멈췄지만, 그날 타오른 국악의 불빛은 멈추지 않는다. 영동은 이제, 세계를 향해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