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수진

엄태웅 기자 승인 2021.10.04 21:06 의견 0

독보적인 정통트롯 뮤지션 이수진

그녀는 지금 MBN ‘보이스 퀸’ 본명 윤은아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록의 대부 신중현에 발탁되어 1985년 이지현이라는 이름으로 포크록 ‘그대 떠난 후에’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 곡은 데뷔 초 그녀 가창의 특색이 잘 나타난다. 목소리가 기교 없이 깨끗하고 가창은 앳되고 매력적이다. 포크에 기반한 보이스 컬러는 트롯의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러던 그녀가 이후, 완벽한 변신을 한다. 1991년 이수진 트롯 데뷔곡 ‘외로움은 싫어요’를 발표하며 정통트롯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도대체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며 이 노래를 불렀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녀를 마주했다. ‘내가바보야’와 ‘님의 등불’을 작곡한 김정훈의 초창기 곡이라 했다. 저음의 장점과 비음이 적당히 버무려진 상당한 수준의 곡이었지만 당시 소속사 사정으로 활동을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접었다. 그러나 소속사의 부재와 상관없이, 1990년대 초 서태지의 등장으로 트롯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국적불명의 트롯이 범람하는 시기에, 그녀의 트롯넘버 ‘외로움은 싫어요’는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자는 이미자 이후 정통트롯을 제대로 부르는 여성가수를 본 기억이 감감하다. 30년 전에 그녀가 부른 노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노래의 맛과 표현은 이미자와 닮은 듯 달랐고, 가창은 독특했고, 자신만의 휠(feel)을 가지고 있었다. 기자가 괜히 오버했구나 싶지만 처음 들은 이 노래의 솔직한 감상평이다. 유튜브에 들어가서 이 노래를 꼭 커버를 해보라. 30년 전에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이름은 이수진이다.

신곡 ‘한방의 훅’ 가요계 바람을 일으키다

그리고 세월은 덧없이 2001년부터 6년간 공백기를 거치는 등 30여년이 흘렀다. 그녀는 여러 개인사를 뒤로하고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2019년 발표한 ‘사랑꽃 인생‘(공정식)은 힘을 뺀 시린 음색과 맛스러운 가창이 어울려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님이 좋아’는 트롯 감성을 제대로 살린 히트 예상 곡이다. 연이어 2020년에 발표한 ‘한방에 훅’ (조은형 사, 정의송 곡)은 중독성 강한 이벤트성 곡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이 노래 부르고 욕 많이 먹었어요. 막간을 이용해서 쉬어가는 노래였는데 그게 화장품 광고에 들어가 버렸거든요.” 그러나 노래는 대중가요 다웠다. 금잔디, 문연주 등 유튜브에 5백여 명의 가수가 커버하며 가요계의 관심을 끌었던 바로 그 곡이다. 요즘은 올해 발표한 싱글 ‘뜨는 해’ (조은형 사, 김지환 곡)로 꾸준히 활동 중이다. 재미있고 독특한 노랫말로 코로나로 어수선한 시국에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응원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역배우 출신의 보컬리스트 이수진

그녀는 아역배우 출신이다. 연기가 노래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매력적인인 무대매너는 연기자의 내공을 잘 보여준다. 가수로 지향하는 장르는 정통트롯이다. “기교가 많은 노래가 좋았으나 지나고 나니 부질없다 생각이 들었어요.” 기교 없이 가슴으로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정말 부르고 싶었던 노래가 이미자 ‘비오는 양산도’라 했다. 보이스트롯 방송 컨셉트에 따라 부르고 싶은 노래를 못 불렀다. 그녀의 말처럼 이미자는 그냥 무심하고 담백하게 물 흐르듯이 불렀다. 특별한 가창도 기교도 없다. 그래서 이 노래는 대중에게 감정을 전하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 “그동안은 꺾고 뒤집으며 화려한 기교로 트롯을 불렀어요. 이제는 특별한 기교 없이 그냥 깔끔하게 데뷔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기존창법에 ‘플러스 알파’ 즉, 뭘 다시 더하려고 하기보다는 비우는 창법이 더 요구되는 그녀의 현실 가요계 진단이다.

보컬트레이너로 후배가수 양성

지금은 4년 째 후배가수들에게 정통트롯을 가르치고 있다. 1:1 레슨을 1주일에 2번 씩, 현재 일곱 명을 가르치고 있다. 별사랑, 손빈아와 제자 하동근, 연화 등이 그의 보컬트레이닝을 그쳤다. “지금도 영등포 작업실에서 계속 보컬레슨을 하고 있지만 마음이 약해서 돈 버는 재주가 없어요. 큰돈은 못 벌지만 보람에 살아요.” 트롯가요계 발전을 위해 그녀가 보탬을 주고자 교육 방면으로 나섰다. 그리고 본인과 제자들의 노래 홍보를 위해 유튜버로도 ‘훅TV'를 개설하여 많은 노래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조태복 드러머와 진행하는 프로는 현재 트롯을 노래 한지 얼마 안 된 설이랑, 연화 등 후배가수들과 커버송도 올리고 스트리밍도 하고 있다.

이수진, 그녀의 남은 꿈

그녀는 충북 보은 속리산에서 태어났다. 속리산 기슭이 그의 안태(安胎)고향이다. 네 살 때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이사했다. 전라도 광주가 고향인 어머니는 춤도 노래도 잘하고 굉장히 다재다능하셨다. “가요계 데뷔 동기가 저 같은 경우에는 다른 사람과 반대였어요. 오히려 부모님께서 가수되기를 원했어요” 당시 그녀는 연예인이 꿈이 아니고 약사, 의사, 변호사 등 전문 직업군이 꿈이었다. 부모님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놓는 것이다. 노래공부는 엔카로 독학을 했고 일본 노래를 주로 들었다. 가수로서 롤 모델이 일본 엔카가수 ‘사카모토 후유미’를 꼽았다.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힘들게 사시는 원로 가수 분들이 너무 많아요. 노후보장이 안되어 있어요. 이분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 드리는 게 꿈이에요.” 그리고 정통 트롯을 지키며 돈 없이도 성공해 보이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인정이 메마르고 척박한 가요계에 소금 같은 존재가 되었음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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