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뮤지컬에 익숙한 대중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오페라가 등장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선보이는 번안오페라 ‘서울·오르페오’가 그 주인공이다. 글루크의 명작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바탕으로, 광화문 지하철역을 배경으로 한 현대판 사랑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름은 바라 역의 카운터테너 지필두다. 독일 유학파로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해 온 그는, 남성 성악가로는 흔치 않은 카운터테너의 음색으로 애절한 발라드를 들려준다. 같은 역할을 메조소프라노 현서진이 더블 캐스트로 맡아, 공연마다 다른 매력의 바라를 만날 수 있게 했다.

연인 세화와 에우리디체를 겹쳐 표현하는 역할에는 손주연과 김은미가 나섰다. 이들은 ‘눈 오는 밤, 지하철역에서의 마지막 이별’이라는 장면을 마치 드라마의 한 컷처럼 노래하며, 팝 발라드 못지않은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죽음과 삶의 경계를 오가는 안내자 종달 역에는 이한나와 이주리가 캐스팅됐다. 두 소프라노는 장난기와 비극성을 동시에 품은 캐릭터를 국악적 리듬과 현대적인 발성으로 풀어낸다.

서울오페라앙상블 오케스트라와 노이오페라코러스, 그리고 김평호 안무가가 이끄는 무용진은, 무대를 일종의 라이브 뮤직비디오처럼 꾸며낸다. 전차선 위를 가르며 달리는 군무, 군중이 한꺼번에 쓰러지는 장면, 광화문역을 가득 채우는 합창은 K-팝 콘서트를 떠올리게 할 만큼 에너지가 넘친다.

공연은 2025년 12월 5일과 6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다. 금요일 저녁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라 퇴근 후 혹은 주말 데이트 코스로도 부담 없다. 티켓 가격은 R석 10만 원, S석 7만 원, A석 5만 원, 학생석 3만 원으로 책정됐다. NOL티켓과 서울오페라앙상블 사무국에서 예매할 수 있다.

뮤지컬과 발라드를 즐겨 듣는 관객이라면, 지하철에서 시작되는 이 오페라 한 편으로 클래식 입문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사랑 이야기, 드라마틱한 무대,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까지 모두 갖춘 K-오페라 ‘서울·오르페오’가 올겨울 가요 팬들의 눈과 귀를 유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