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공연과 방송, 행사 스케줄이 몰리는 연말은 가요계가 가장 분주한 계절이다. 그만큼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뒤풀이, 공연 후 회식,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작은 자리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가요계 특유의 문화가 젊은 남성 음악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KMI한국의학연구소가 전국 8개 검진센터 성인 200만 7,318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통풍의 직접적인 원인인 고요산혈증이 20·30대 남성에서 특히 높은 유병률을 보인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평균 혈중 요산 농도는 5.72mg/dL에서 5.81mg/dL로 올랐고, 고요산혈증 유병률도 23.9%에서 26.7%로 상승했다. 특히 20대 남성 43.8%, 30대 남성 45.7%라는 수치는, 녹음실과 공연장을 오가며 밤낮 없이 활동하는 젊은 뮤지션과 스텝, 기획사 실무진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숫자일 수 있다. 장시간 앉아서 작업하는 프로듀서, 새벽까지 편집과 믹싱을 이어가는 엔지니어에게도 통풍 위험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요산혈증은 요산이 몸 안에 쌓여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는 통풍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 당뇨병, 신장질환 등 여러 만성질환의 위험 요인이 된다. 한 번 발작이 오면 발가락 관절이 불붙은 듯 아파 계단을 오르내리기조차 힘들다는 경험담이 이어질 정도다. 무대 위에서 서 있어야 하는 가수와 연주자에게는 치명적인 상태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음주 습관과의 상관성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그룹의 고요산혈증 유병률이 16.8%인 반면, 주 5회 이상 마시는 그룹은 32.3%로 크게 높았다. 주종별로는 맥주 30.9%, 막걸리 28.8%에서 가장 높은 위험도가 나타났다. 공연이 끝난 뒤 단골 포장마차나 라이브클럽에서 자연스럽게 주문되는 맥주와 막걸리가, 사실상 통풍 위험을 키우는 1순위 술이라는 뜻이다. 소주, 양주, 와인도 요산 배출을 방해하는 만큼 안심할 수는 없다.

흡연과 운동 부족, 비만, 고혈압, 대사증후군도 고요산혈증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동반자들이다. 밤에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이미 새벽,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 어려운 생활 패턴을 가진 가요계 종사자들에게는 더욱 문제다.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혈압과 대사 상태가 나쁠수록 고요산혈증 유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요산 수치를 확인하고, 연말 회식 자리에서만큼은 폭음과 고칼로리 안주를 줄이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할 것을 권고한다. 물과 이온 음료를 자주 마시고, 늦은 밤엔 짠 음식과 튀김류 대신 가벼운 식단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통풍과 만성질환을 피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연과 녹음 현장의 안전과 완성도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가요계가 음악적 완성도만큼이나 현장의 건강 문화를 고민해야 할 때다. 뮤지션과 스텝 모두가 오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그리고 팬들이 사랑하는 라이브가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도록, 연말 술자리의 풍경부터 조금씩 바꾸어 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