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평화예술단원들이 한마음예술제에서 북한 인기가요 공연을 하고 있다.
당진 정착한 탈북민 모여 창단
10명 구성 북한 대중가요 선봬
3년째 한마음 예술축제 열어
“주민들 응원에 보답하고 파”
2018년 평창올림픽,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전에 없는 평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DMZ 인근 관광개발이 탄력을 받는가 하면 남한을 출발해 북한, 중국,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 공사도 시작했다. 문화적으로는 2020년 남북단일팀 구성이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급물살 같은 변화 이전에 지역 곳곳에서는 주민들의 힘으로 남북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어왔다. 당진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북평화예술단’(단장 김순영)이 대표적이다.
2015년 공식 출범한 남북평화예술단은 당진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과 지역 예술인들로 구성됐다. 총 15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김순영 단장을 비롯한 10명의 탈북민이 활동하고 있다. 요청이 있는 곳이면 지역 어디든 찾아와 노래, 악기, 난타, 춤 등 다채로운 예술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널리 알려진 ‘반갑습니다’와 같은 북한의 대중가요를 비롯해 사계절춤, 물동이춤과 같은 북한의 전통춤, 난타, 색소폰 등의 악기 연주, 하와이언 댄스 등 다채로운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은 한민족 특유의 신명이 넘친다.
예술단은 당진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센터와 시작을 같이 했다. 김순영 단장이 초대 센터장으로 있었던 이탈주민지원센터는 당진에 거주하고 있는 60여 탈북민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2015년에 설립됐다. 센터 설립을 위해 관련 조례 제정에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기 까지 김 단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탈북민들이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고 김 단장을 운을 뗐다. 온 가족이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 김 단장 가족과는 달리 대다수 탈북민들은 북에 가족을 남겨둔 채 혈혈단신으로 남한땅을 밟아야 했다. 국내 탈북민 숫자는 어느덧 3만 명을 넘어섰지만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이들은 드물었다. 남한 사회의 떳떳한 일원으로 자립하고자 하는 이들의 요청을 모른 체 할 수는 없었다.
“당진에 저와 같은 탈북민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이분들은 제가 유명 연예인의 동생이라는 얘기를 듣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찾아왔던 거에요.(김 단장은 탈북민1세대 중 연예인으로 활동한 김혜영 씨의 동생이다) 설립까지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현재 센터는 당진 지역 탈북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어요.”
예술단은 센터 설립 후 1년 동안 동아리로 활동하며 실력을 쌓았다. 쉽지만은 않았다. 제대로 된 연습실도 없이 이곳저곳을 전전해야 했다. 각자 생업이 있기에 넉넉히 연습시간을 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함께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시간들이었다. 서툴지만 노래, 춤, 악기연주를 함께하며 떠나온 고향에 대한 향수도 달랬다.
“예술단 활동에 물심양면으로 뜻을 모아주신 주민 분들이 많아요.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고 나서는 우리가 도움 받은 만큼 지역민들에게 무언가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공연 봉사였지요.”
처음에는 지역 문화예술단체 공연에 찬조팀으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찾는 곳이 많아 일년 365일이 모자랄 지경이다. 지난해 만 하더라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 봉사를 다녔다. 생업, 봉사활동으로 지칠 법도 하지만 김 단장은 공연봉사가 없는 삶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언젠가 한번은 공연을 보신 할머니께서 정말 좋았다며 2~3만원의 쌈짓돈을 억지로 호주머니에 넣어주시려고 하더라구요. 그분들의 진심이 전해질 때마다 치유를 받는 느낌이에요. 지역민들과 일체감을 느끼는 게 정말 크죠. 일반 봉사의 의미를 어느 순간 초월한 것 같아요.”
남북평화예술단은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한마음예술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오늘도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이웃들이 있는 한 예술단의 활약은 계속 될 것이다.
[자료제공] 충청남도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