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가 또 한 번 술렁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국악원장 자리에 전통예술과 무관한 행정직 고위 공무원의 임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국 13개 주요 대학의 국악·한국음악과 교수 54명이 공동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3월 26일 ‘국악계 현안 비상대책협의회’ 명의로 입장을 내고, “국립국악원은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국악의 전통을 보존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핵심 문화예술기관”이라며, “전문성과 예술적 역량을 갖춘 인사가 반드시 원장으로 임명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교수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년 12월 말 관련 법령을 개정해 행정직 공무원의 응모를 가능케 한 것에 대해 “졸속 개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특정 고위 공무원의 내정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국립국악원장은 단순한 행정 관리자가 아닌, 공연·교육·연구·국제교류를 총괄하는 자리이며, 국악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전통예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없는 인사가 원장직을 맡게 되면, 국립국악원의 정체성과 기능이 훼손될 뿐 아니라 국악 교육과 연구의 기반까지 위축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성명에 참여한 교수들은 다음 세 가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1. 문체부는 국립국악원장에 행정직 고위 공무원을 임명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2. 국악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인사 결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국악 전문성과 예술적 역량을 갖춘 인물이 국립국악원장으로 임명되어야 한다.
성명에는 서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부산대, 전남대, 영남대, 용인대, 단국대, 경북대, 동국대, 목원대, 추계예술대 등 총 13개 대학이 참여했으며, 대표 서명자로 허윤정 서울대 국악과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국립국악원은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상징이며, 세계 속의 국악을 만들어갈 주체”라고 밝히며, “국립국악원의 올바른 운영과 발전을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인사를 넘어, 전통문화기관의 정체성과 국가문화 정책의 방향에 대한 깊은 숙고를 요구하는 중대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